가끔 '아... 그때 그거. 맛있었지. 또 먹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나는 게 있죠. 쉽게 구해 먹을 수 있는 거라면 그냥 사다 먹거나 만들어 먹으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우연히 그 계기가 닿게 되었을 때 그 추억을 상기하며 우선적으로 달려들어 먹어보기도 합니다.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얼마 전 그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상품이 원(삐-)데이에 올라왔었기 때문입니다.
발단은 회사 사람이 보내준 링크. "전투식량 II호"









............................ 세상에 주식회사 불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한 시간 한정판매야!! 이건 질러야해!!!

... 그리고 정신차리고 보니 이미 지르고 말았더군요 (......) 잠깐. 내가 이걸 왜샀지?;;;

그러고보니 생각해보면 저는 군 시절 전투식량 II형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I형과 III형은 먹어 봤는데 말이죠;;
I형은 훈련 때 마다 배급이 나오긴 했는데, 그 떡밥(...)은 정말 평생 기억에 잊혀지지 않을 거 같네요. III형은 1종계가 장부에 숫자 안맞는다면서 먹으라고 인사과로 몇개 들고 오길래 2개 받아 챙겨놓고 하나씩 땡겨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I형은 포장 뜯어먹는 형태고, III형은 즉각취식형이라고 발열팩을 땡기면 열이 나면서 따뜻해지는 형태입니다. 특히 III형은 구경하기 힘든 초레어였죠 --;;)

그런데 신기하게도 II형은 저랑 상성이 안맞았는지 몰라도 구경만 많이 해봤지 실제 먹어보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간부님들 밥 타다드려야 한다고 (계원이셨던 분들은 이 고통 잘 아실듯;;) 배식 시간에 최대한 빨리 물 부어서 잘 비벼 숟가락 꽂고 뛰어가 바로 앞까지 배달한 적은 엄청 많았지만 말이죠 -_-;;

어쨌거나 배송이 오긴 했는데 어째서인지 (삐-)어데이에서 샀는데 옥션박스에 담겨 배달이 왔습니다 -_-;
포장을 뜯고보니 '이걸 사긴 샀는데 언제 먹어야하나...' 고민하게 되더군요. 한번 회사 점심시간에 도시락 대신 이걸 먹어볼까 싶다가도 차마 용기가 안나더군요.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 도시락 대신 전투식량을 꺼내서 먹는 제 모습을 상상해보니 히이익...!

그래서 일단 퇴근 길에 집에 들고 왔습니다만, 오늘 약간 출출하길래 갑자기 이 놈이 생각나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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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구성은 간단합니다. 뜯으면 콘후레이크 같은 밥알들이 안에 있고 된장국과 쇠고기스프, 참기름이 들어있죠. 숟가락은 안들어 있어서 그냥 집에 있는 숟가락을 쓰기로 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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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을 부어놓고 10분 (찬물은 40분... 훈련 때 CP병이 찬물 부었다가 40분동안 밥도 못먹고 멍하니 있는 걸 구경한 일이 있었.....;;) 동안 기다리면 안에 밥알과 양념들이 물을 잔뜩 먹으면서 완성됩니다.

전 취사텐트에서 물에 끓여 나온 I형 볶음밥 봉지를 들고 핫바 까먹듯이(...) 서서 먹으며 II형 만드는 걸 구경하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차마 달라는 말은 못하겠고 맛있을까 궁금하기만 했었네요. 근데 막상 만들어 보니 그다지 다른 건 없는 거 같은 느낌이..... (왠지 맛스타가 옆에 한 캔 같이 놓여 있어야 할 거 같은 느낌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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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환상의 전투식량을 드셔 보시죠!!

어디... 이 추억의 색깔, 음. 그래 이거야. 이 훈련지에서나 먹을 것 같은 찐 밥의 향기. 그럼 어디 한번....



















오옷!! 오오오오오옷!!






EE!!!!



 
바삭바삭 다 안불어버린 밥알 속 퍼져나오는 이 짬밥 느낌
향이 빠져나가지 않아 훈련의 맛을 더해주는 된장국
그래 틀림없어 군 시절 먹어본 바로 그 맛이야


























역시 이런 건 군대에서나 먹어야 맛있는거 ........ orz

한 숟가락 뜨고 "...먹을 만 하네" 했는데 두번째, 세번째 숟가락을 뜨고나니..... 도저히 못먹겠네요 -_-;;;
그래도 아까워서 어떻게든 먹어보려고 다시다도 약간 넣고 고추장도 살짝 넣고 해봤는데도 이건 뭐... orz

역시 그 때 맛있었던건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먹었기 때문에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T_T
근무 끝나고 먹었던 사천짜장 짜파게티 뽀글이가 그렇게 맛있었는데 집에서 해먹으면 최악의 맛으로 기억되는 것 같은 것 처럼 말이죠(.....)

안녕, 나의 젊은 날의 추억이여...





.................. 하아. 나머지 한 개 어쩌지...
Posted by D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