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3. 2. 12:21
* 이글루 2003-12-30 일기



※ 주의 : 이미지와 내용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사장님이 보고 계셔




"안녕하셔요?(ごきげんよう)"
"안녕하셔요?(ごきげんよう)"

상쾌한 아침인사가 맑게 갠 하늘에 메아리친다.
손○○의 앞마당에 모인 직원들이 오늘도 천사같이 천진한 웃음을 띠고 출입문을 지나간다.
더러움을 모르는 몸과 마음을 짙은 색의 유니폼으로 감싸고.
남색 점퍼의 주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갈색 골덴바지가 펄럭이지 않도록, 차분히 걷는 것이 이곳에서의 몸가짐. 물론 출근시간 아슬아슬하게 뛰어가는 등의 품위없는 직원따위 존재할 리도 없다.

주식회사 손○○.
단기 사천삼백이십구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원래 어린이들의 행복을 위해 세워졌다는, 전통있는 어린이 완구 개발회사이다.
궁동내, 논과 밭의 옛 모습이 남아 나무가 많은 이 지역에 사장님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앞 여학교에서 뒤 남녀공학까지 모두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사원들의 사옥.
시대는 변하고 로고가 웃는얼굴에서 두번 바뀌어 빨간 마크가 된 오늘날에도 1년만 다니면 온실에서 순수배양된 미소녀들이 박스에 포장되어 출하되는걸 즐긴다는 시스템이 아직도 남아 있는 귀중한 회사인 것이다.

그 - 미스티 아이즈(가명)도 그런 평범한 소년의 한명이었다.


가슴설레는 월요일


1

"잠깐 기다리게."

어느 월요일.

회사 주차장길 끝에 있는 앞문에서 누군가가 미스티를 불러세웠다.
주차장 앞이었으니까 순간 수위아저씨께서 부르셨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굵고 낮은 목소리였다.
누군가 말을 걸면 먼저 멈춰선 후 '예'하고 대답하면서 몸 전체를 돌려 돌
아선다. 갑작스런 일이라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더군다나 머리
만으로 '돌아본다' 같은 행동은 사원으로서 감봉.
어디까지나 우아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조금이라도 어린이들에게 가까워질 수 있도록.
그러니까 돌아서서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 후, 가장먼저 무엇보다도
웃는 얼굴로 안녕하셔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스티의 입에서 '안녕하셔요(ごきげんよう)'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기 때문에.
겨우겨우 튀어오르지 않았던 것은 손○○의 사원으로서 품위없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평소부터 마음가짐을 단정히 한 성과. ......가 결코 아니다. 너무나도 놀라서 행동이 따라가지 못한 채 순간냉동 당해 버린 것 뿐.

"저기...저한테 무슨 일이신가요?"

겨우겨우 자력으로 반쯤 해동한 후 미스티는 반신반의하며 물어 보았다. 물론 그의 시선 끝에 자신이 있는 것과 그 연장선상에 아무도 없는 것은 이미 확인한 일이지만 역시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불러 세운 것은 나. 그 상대는 자네. 틀림없네."

틀림없다, 라고 해도. 아뇨 틀렸어요 라고 대답하고는 도망쳐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째서 말을 걸어 온 건지 짚이는 것이 없는 만큼 머릿속은 정리해고 이었다.
그런 미스티의 사정 같은건 알 리 없는 그 사람은 살짝 미소를 띄우며 똑바로 미스티에게 다가왔다.
직위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까이에서 얼굴을 뵐 일 같은 건 없었다.
제대로 목소리를 들어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3대 7 가름마 헤어는 샴푸 메이커를 묻고 싶을 정도로
깔끔깔끔. 이 길이를 유지하면서도 어쩌면 새치 하나 없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미스티에게 내민다. 영문도 모르고 받아 들자, 빈 양손을 미스티의 목 뒤쪽으로 돌렸다.

'뜨헉~!!'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순간 알지도 못한 채 미스티는 눈을 감고 머리를 꼭 움츠렸다.

"사원증이 비뚤어졌네."
"엣?"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은 미스티에게서 가방을 돌려받자 "안녕히(ごきげんよう)" 를 남기고 먼저 회사를 향해 걸어갔다.
뒤에 남겨진 미스티는 상황이 점점 파악됨에 따라 머리에 피가 몰려갔다.

틀림없어.

5층 사장실, 최 사장님. 참고로 사원번호는 1번. 통칭 <우리들의 친구 손오공>.
아아, 성함을 입에 담는 것만도 월급이 깎이는 듯 하다. 저같은 사람의 입으로 그 이름을 말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요. -- 그런 기분이 되어 버리는, 전사원의 공포의 대상.

'그런...'

두려움에 증발 직전이다.

'이럴 순 없어'

미스티는 한동안 망연히 서 있었다.
두려워하는 사장님과 처음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살떨리는 에피소드라니. 너무해.
사장님 개구장이♥.
분함 섞인 눈으로 올려다본 사옥은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해에 햇살을 비추면서 작은 주차장 가운데에 우뚝 서 있었다.




.....
어딘가에서 '마리아님이 보고계셔'를 가지고 장난친 걸 발견한 뒤 저도 장난기가 발동해 한번 고쳐써봤습니다 -_-;

..... 사장님이 보신다면 대략 낭패~~ 잇힝~ -_-;


PS.
실제로는 아침에 지각때문에 사원들이 뛰어가는 광경이 종종 목격됩니다 -_-;

PS2.
... 정말로 저런 일은 있을리가 없습....;




* 이글루 답글
Commented by 뮤이뮤이 at 2003-12-30 15:36 x
아예 인터넷 소설 연재를 해라 ^0^)ク 푸겔겔겔겔겔

Commented by 나이시스 at 2003-12-30 15:36 x
펑 (..)

Commented by 수염君 at 2003-12-31 23:34 x
이대로 연재~

Commented by 미로 at 2004-01-01 04:18 x
.........졌다! 완전히 졌다! 글쟁이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진다! 나는 이제 펜을 꺾으렵니......(반쯤 진심)

Commented by 룬그리져 at 2004-01-01 04:49 x
긁어서 손XX홈페이지로 옮겨야...

Commented by 박정운 at 2004-01-01 08:55 x
2화가 없으면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Commented by Nagi at 2004-01-01 19:41 x
......불건전 사원. 손오공에 살포시 찔러줍시다(..)

Commented by jely at 2004-01-01 21:33 x
블로그 사용한지 꽤됐군요.. 10월부터라니.. 이 좋은 이글루스를 사용한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구요.. ㅎㅎㅎ

얼마 전에 BloggyAwards 했었는데.. "우리의 웹마"도 왔으면 정말 반가웠을 것을.. 아쉽네요..
그럼 열심히 블로깅하세요~~ 홧팅!!

Commented by Dino at 2004-01-01 23:51 x
찌르면 룬님이 보고있어나 나기님이 보고있어로 써버릴겁니다 --+

Commented by 대두목 at 2004-01-02 18:47 x
어젠 비가 오드라구요~(응?)

Commented by 샤갈 at 2004-01-07 08:16 x
에에? 뭐야? 그럼 2편은 미스티군과 사장님간의 모에모에, 엣찌엣찌, 다메다메하고 헉헉, 하아하아, 발그레 한 스토리가 펼쳐지는거야? (어디론가 끌려간다...)

Commented by Ranbel at 2004-02-03 11:41 x
사장님 개구장이♥ 의 압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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